[제1회 최우수상] 엄세현

제 곡의 중심은 항상 하나님 입니다.

Q. 근황 소개를 간단히 부탁 드립니다.

A. 요즘은 성가곡 의뢰가 많이 들어와서 성가곡을 주고 쓰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어떤 분이 직접 쓰신 성시를 가지고 저에게 곡을 부탁하셨는데 바울이 가진 가시가, 몸이 아픈 상황이 오히려 은혜가 되었다고 고백하는 <가시의 은혜>라는 시로 곡 작업을 하면서 많은 은혜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15년 전부터 해오던 ‘코러스센터’라는 출판사의 성가곡을 쓰는 작업도 계속 하고 있고, 또 대학교에 강의도 나가고 있습니다.

Q. 아가페 창작음악제 이후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A. 제가 15년 동안 성가곡 작업을 해오고 있기는 하지만 그 동안 만든 곡들은 대부분 일반 교회 찬양대에서 사용할 수 있는 피아노 반주의 곡이었습니다. 
그에 반해 창작음악제에서 원하는 곡은 2관 편성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위한 규모가 큰 곡이었기 때문에 곡 작업을 하면서 생각해야 할 것들도 많고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작업하는 동안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그 즈음에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위한 작곡, 편곡 의뢰가 들어와서 작업을 한 후로는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위한 곡을 본격적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창작음악제가 발단이 되어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Q. 수상곡 제목이 <바벨>인데 성경에 나오는 여러 사건들 중 특별히 ‘바벨’을 다룬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창작음악제 1회가 개최되었던 2016년은 저에게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제가 섬기는 교회에 금요저녁예배가 있는데 그 전까지는 개인 기도 시간에 단상 위에 올라가서 기도한다는 것은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모든 길이 막힌 것 같아 너무 힘들고 어려워서 2016년 9월 어느 금요예배 때 단상 위에 올라가 정말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앞에 모든 것을 내려놓으며 “하나님, 제가 너무 교만했습니다. 이제 저의 욕심을 다 버리겠습니다. 저는 이제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해주세요.” 하며 제 인생을 하나님께 맡기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렇게 제가 원했던 세상적인 욕심과 기준, 계획들을 모두 내려놓고 기도를 드린 후에는 하나님께서 다 알아서 해주시는데 내가 걱정할 게 뭐가 있겠나 싶으면서 마음이 평안해졌습니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부터 일들이 조금씩 풀리고 주님이 일하시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그때, 친한 피아니스트 선생님께서 아가페 창작음악제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셨습니다. 

합창곡으로 창작음악제에 응모하기로 결정하고 준비하면서 곡의 분위기, 내용, 인물 등등 작은 것까지 하나하나 하나님께 여쭤봤습니다. 하나님 앞에 저의 교만을 내려놓기 전까지는 그 동안 제가 계획하며 추구했던 모든 것이 옳다고 여겼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이제껏 걱정해 왔던 일들 역시도 하나님을 제대로 믿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교만의 결과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교만을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바벨이 떠올라서 곡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기도하면서 여러 목사님들의 설교도 열심히 찾아보고 성경을 읽으며 묵상하는 가운데 가사를 써 내려가는 작업이 정말 제게는 은혜의 시간 자체였고 가사를 쓰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저는 <바벨>의 가사 중에 ‘주는 우리를 사랑하시어서 긍휼히 여기시네, 주의 은혜로 친히 우리를 사랑하시네’라는 부분을 제일 좋아합니다. 내가 그렇게 교만했음에도 주님은 나를 긍휼히 여기시는구나, 이스라엘 사람들도 교만했지만 하나님께서 그들을 긍휼히 여기셨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너무 은혜가 됩니다. 

Q. 창작음악제 때 <바벨>이란 곡이 부르기에 만만치 않은 곡이라는 의견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재미있게 들었다는 사람들도 꽤 많았습니다. 곡을 만들면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A. 제가 응모한 <바벨>이란 곡이 조금 강한 곡인데 그런 느낌이 잘 표현된 것 같아서 본선에서 연주되는 동안 저 또한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아가페 창작음악제가 원하는 합창곡이란 전문가를 위한 곡이 아니라 일반 교인들이 함께 부를 수 있는 곡이지 않을까 생각했기에, 곡 작업을 할 때 멜로디나 화성적인 진행이 일반 분들에게 너무 생소하지 않게 조금은 대중적인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게끔 신경을 썼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익숙한 느낌의 음정 도약 같은 것들을 사용하고 멜로디가 계속 반복되고 거기서 또 변주되는 식으로 썼는데 그때 본선 합창단에 서셨던 분들이나 응원석에 계셨던 분들이 끝나고 나서 로비나 화장실에서 계속 ‘바벨바벨’ 그 부분을 흥얼거리며 다니시는 것을 보고는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사실 저는 현대음악을 하는 사람이라서 제가 공부한 분야를 가지고 좀 더 깊이 있게 음악을 표현하는 작업을 할 수도 있었지만 성가곡 자체는 비전공자들이 함께 공감하며 그 안에서 은혜를 받아야 하는 부분이라서 <바벨>은 그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Q. 교회합창음악을 꾸준히 쓰고 계셨지만 다른 분야의 음악도 꽤 작업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 앞으로도 그러겠지만 교회합창음악이 아닌 다른 곡을 쓸 때에도 제 곡의 중심은 항상 하나님입니다. 
교회에서 사용되는 음악이 아니라서 하나님, 예수님이란 단어를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만드는 이가 어떤 생각과 중심을 가지고 만드느냐는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음악을 할 기회가 있어서 몇 작품의 영화음악도 했는데 저는 드라마틱한 음악을 좋아하고 합창음악도 좋아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뮤지컬을 제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 동안 주로 주일 예배를 위한 찬양대 곡을 썼지만 아가페 창작음악제 같은 경우는 보다 드라마틱한 느낌의 곡을 시도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Q. 아가페 창작음악제에 바람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 창작음악제에서 수상한 작곡가들이 협력해서 극음악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물론 쉬운일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작곡가들에게 그런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아가페 문화재단에서 그런 기회를 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통 성가곡을 출판하면 한 권에 20~30곡 정도 들어가는데 앞으로 창작음악제를 통해서 어느 정도 곡이 모이면 출판을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한국 교회음악의 발전을 위해서 부디 몇 회로 끝나지 않고 오래도록 열리는 아가페 교회음악 창작음악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제일 큽니다. 

Q. 바쁘신데도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A.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