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제 1회 아가페 교회음악 창작음악제를 한 지 벌써 1년여가 지났습니다. 그 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A. 아가페 창작음악제가 끝나고 작년 한 해 여러 작품활동을 하면서 바쁘게 보냈습니다.
6월에는 서울시 오페라단에서 신작 오페라 <비행사>의 시범공연이 있었고, 10월 말에는 서울 오페라앙상블에서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 오페라 <나비의 꿈>을 초연했습니다.
최근에는 (사)한국발레협회의 위촉으로 발레 <처용>을 작곡하고 지휘했습니다.
Q. 수상작인 <고난과 부활>을 만드는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A. 아가페 창작음악회가 있다는 것은 배포된 홍보물과 지인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시간적 여유가 거의 없었고 안팎의 여러 상황이 작곡에 집중하기 어려운 여건이었는데도 창작음악제를 준비하는 동안 하나님께서는 제 마음에 평화를 주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인도하시고 만나와 메추라기를 주신 하나님께서 저를 인도하고 계심을 느꼈고 ‘불안해 하지 말고 안심하라’는 메시지도 지속적으로 주셨습니다.
Q. 아가페 창작음악제 수상 이후로 혹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A. 그전까지는 오랜 시간에 걸쳐 소리를 정교하게 가공하는 방식으로 곡을 썼는데 아가페 창작음악제 때는 내가 붙들고 쥐어짜지 않아도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고 매순간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하였습니다.
창작음악제 이후 곡을 위촉 받아서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얻었고, 감사하게도 하는 작품마다 좋은 결과를 얻었는데 이것도 다 하나님의 도우심이라 확신합니다. 참으로 뜻깊은 감사의 2017년을 보냈습니다.
또 다른 변화는 전보다 제 작업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저는 작곡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극음악, 특히 오페라 작곡에 관심이 많았고 이를 위해 많은 경험을 쌓으며 훈련하고 있었습니다.
오페라 전문 작곡가로서의 활동은 그 기회를 얻기도 매우 힘들 뿐 아니라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기 마련인데, 아가페 창작음악제 이후에 자연스럽게 오페라나 극음악을 중심으로 제가 원하는 작업을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고난과 부활>이란 작품도 상당히 극적인 요소가 포함된 작품이다 보니 준비하면서 연습도 많이 했고 감각도 익힐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아무리 힘들고 고된 작업이라도 정말 즐겁게 임하고 있습니다.
Q. 전에도 교회음악을 많이 작곡하셨는지요?
A. 독일 유학 7년 동안 한인교회에서 지휘할 기회를 주셔서 정말 열심히 교회를 섬겼습니다.
유학생들이 많은 한인교회 찬양대의 특징은 학기 중에는 전문 합창단 정도의 수준이지만 방학이 되면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주어진 여건에 맞추어 찬양대를 운영해야 했기에 당시 저는 오케스트라와 합창곡을 1년 스케줄에 맞게 미리 편곡해 두고 사용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경험이 제가 교회음악을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도움을 준 것 같습니다. 물론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찬양한 경험이 기본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고난과 부활>에서 어떻게 예수님 역할로 남자 소리꾼을 쓸 생각을 하셨는지, 그리고 대본가와는 어떻게 같이 작업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A. 같이 작업하는 분 중에 신앙심이 깊으신 가야금 연주자 ‘이슬기’라는 분이 계십니다.
그분을 통해서 원래 창을 하셨고 지금은 창극 연출가로 활동하시는 ‘박성환’ 선생님을 소개받았는데 예수님의 일생을 창극으로 작업해 보자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선생님은 원래 교회에 출석하지 않으셨는데도 예수님의 일생을 한국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작업을 위해 직접 교회에 가서 목사님들과 인터뷰도 하시고, 성경도 여러 번 읽으며 진지하게 작업을 해주셔서 기존에 보지 못했던 매우 특별한 대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글은 창극에 사용하는 우리 고유의 노래 언어들과 성경의 내용이 함께 어우러져, 기존 찬양곡에서는 찾을 수 없는 매력적인 표현의 가사들이 많아 작업을 하면서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의 사건을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게 표현한 것, 거기에 이를 바라보는 각각의 사람들의 절절한 신앙고백이 한국적인 언어로 표현되어 있는 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원래 이 작품은 예수님의 일생 전체를 창극과 뮤지컬, 오페라의 특징들이 적절하게 혼합된 특별한 형태의 음악극으로 만들어보려는 시도에서 출발했습니다.
서양의 오케스트라와 성가대, 그리고 우리 소리꾼과 국악기의 이질적인 요소들의 만남을 통해, 2천 년 전 이스라엘 땅에서 벌어졌던 예수님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이야기가 우리에게도 같은 감동으로 전달되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언젠가 전체 작품을 완성해 무대에 올리고 싶습니다.
Q. 성함을 들으면 성경에 나오는 ‘나실인’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A. 네, 그 ‘나실인’의 의미가 맞습니다.
어렸을 적에는 목사님 아들인 것도, 이름이 ‘나실인’인 것도 많이 부담스러웠는데 지금은 아버지가 저에게 좋은 이름을 주셨구나 생각합니다. 특히 지금 작곡가라는 직업을 갖고 보니 오히려 제 이름에 더욱 감사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아가페 창작음악제에 바라는 점을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A. 가장 큰 바람은 이렇게 좋은 취지를 가진, 국내 유일의 교회음악 창작음악제가 오래 유지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아가페 창작음악제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져서 교회음악을 작곡하는 사람들이 언제든지 기회가 됐을 때 한번 문을 두드려볼 수 있는 그런 대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창작음악제가 1차 대회였는데도 제가 보기에는 상당히 순조롭게 진행된 것 같습니다. 당시 이건용 심사위원장님께서 총평을 해주셨다시피 실제로 교회에서 활용 가능하고 작품성까지 갖춘 곡들이 본선에 올랐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앞으로 아가페 창작음악제를 통해서 한국 교회음악이 전반적으로 함께 성장해 갔으면 좋겠습니다.
Q. 바쁘신데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A. 감사합니다.